Issue 2

우리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현재를 겨울이 지나가는 봄으로 보는가? 끝이 보이지 않는 겨울로 보는가?에 따라 우리의 향방은 다른 길을 가게 될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하여 우리는 겪어보지 못했던 두려움과 불안에 휩싸였다. 하지만 나쁜 일이 모든 면에서 나쁠 수 만은 없다. 사방이 막힌 것 같은 이 시점에서 우리는 우리가 전에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할 시기가 왔음을 직감한다. 이 시기 새로운 부흥을 향하여 지금 시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 채로 상황에 이끌리고 말 것이다.

고미술품의 유출입 문제에 있어 우리나라는 포지티브 시스템을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 마디로 포지티브 시스템은 고미술품의 해외 유출은 무조건 안 된다는 원칙적인 인식에서 출발한다. 어쩌면 그동안 고미술품의 유출 문제에 대해 늘 피해의식에 젖어 있던 우리나라로서는 이러한 포지티브 시스템이 당연한 입장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제 이런 과거의 고정된 시각에서 탈피할 때가 되었다. 과거 국산품 애용운동이 그랬듯이 고미술품의 유출입 문제도 이제는 지나치게 수세적이며, 소극적인 입장에서 변화되어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고미술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해외에 있는 고미술품의 국내 유입을 저해하고 우리 고미술품의 국제적 가치 산정에 큰 지장을 주고 있다. 가령 우리 법률이 해외 소장자들에게 그들이 소장하는 한국의 고미술품이 국내에 유입된 후, 다시 반출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준다면, 우리는 “몽유도원도”를 다시는 이 땅에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반출금지”의 엄격한 자세는 오히려 해외에 있는 우리나라 고미술품들이 국내에 반입되는 것을 막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나라의 법률 체계와 최근의 판례들을 볼 때 과연 해외 소장자들의 우려가 그저 근거 없는 우려에 그칠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인지 해외에 있는 한국 고미술품들이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오히려 제삼국으로 반출되어 그곳에서 전시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해외 고미술품의 구매나 확보에 대해 그다지 성공하지 못한 채, 사실상 해외의 한국 고미술품들이 방치되는 것을 그저 보고만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그뿐만이 아니다. 중국과 일본과 같은 나라들의 고미술품이 세계 시장에서 동아시아의 미술로 주목을 받는 동안, 우리 고미술품들은 인지도와 수량의 절대적 부족이라는 분명한 한계로 인해 중국과 일본의 그늘에 가려 있다. 해외에서 한국 고미술품에 대해 제대로 된 연구와 평가가 확립되지 않으면 진위 감정이나 가치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하기 때문에 고미술품의 가치가 객관적으로 평가받지 못한다. 한편 정부 주도의 홍보가 아니라 고미술 시장이나 관련 업계가 인정하는 연구와 평가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주목을 받을 만큼 고미술품에 대한 스토리와 고미술품의 수량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오늘날 한국 문화의 역사적 독자성을 부정하고자 하는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 행위가 세계 무대에서 광범위하고 노골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일찍이 일본은 한국의 역사를 민주와 묶어 이른바 “만선사” 로 규정하여 한국 문화의 독자성을 부정하였고, 중국은 한반도의 문화는 이른바 중화 문화의 지방적 특성에 불과하다는 궤변을 주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처럼 왜곡된 주장들이 세계미술계를 휘젓고 있는 동안, 독창적이고 찬란했던 우리 고미술품들의 국제적 유통trade과 공개exposure를 꽁꽁 묶어 놓는 것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이란 말인가?

돌이켜보면 이런 규제와 한계로 인해 우리나라의 고미술계는 긴 세월 동안 확장 발전하기는커녕 다른 산업 분야에 비해 침체를 거듭해 왔다. 이처럼 오래 지속된 고미술계의 위축과 침체는 다시 관련 산업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왔다. 자, 이제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보자. 철 지난 유출입 규제가 지금 우리 고미술 산업을 고사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정책의 선별적 또는 잘못된 적용으로 발생하는 여러 부작용은 도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특히 선진국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 지, 이런 문제들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어쩌면 현재 우리나라 시스템을 그저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뿐만이 아니라, 고미술품의 유출입 문제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서는 현재 연구가 진행 중인 바, 추후보다 자세한 연구 결과를 발표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_글 김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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